(수필)
< 두 편의 이주민 여성의 일기 >
- 文霞 鄭永仁 -
오늘은 두 편의 일기를 읽습니다.
우리 반 학생의 일기입니다. 그 학생은 젊은 베트남 댁입니다. 나이는 우리 딸보다 훨씬 어린 20~25살입니다. 다문화센터의 이주민 여성을 위한 한국어 중급반 학생입니다.
내가 “아줌마!”라고 부르면 그 학생들은 콩튀듯팥튀듯 합니다. 자기들은 아줌마가 아니고 아직 ‘아가씨’ 라는 것입니다. 베트남에서라면 엄마와 한참 싸울 나이입니다. 우리 딸도 시집가기 전까지는 제 에미와 툭 하면 말다툼을 했습니다. 그게 사람이 되어가는 딸의 인성교육이라고 어느 학자는 주장을 합니다.
나는 아줌마 학생들에게 무조건 일기를 쓰게 합니다. 단, 한 줄이라도…. 거기다가 그리운 마음과 외로운 마음을 담을 수가 있고, 한국어를 늘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두 이주민 여성의 일기를 읽습니다. 너무나 잔잔하게 그리움을 담아 잘 썼습니다. 읽는 내 마음이 짠할 정도로……. 이곳에다 소개해 봅니다.
(레○○의 일기)
< 평생의 보물 가족사진 >
나에게 중요한 물건은 우리 집 방에 있는 베트남 가족사진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가족사진을 찍어서 가져온 것입니다. 제일 소중하고 한국생활 하면서도 제일 소중하고 생활에 미소를 짓게 합니다.
가족사진을 보면 베트남에 기고 싶고 가족들 보고 싶지만 사진으로 보면서 위안을 하면서 때로는 전화할 때 가족 중에 누가 아플 때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마음은 금방 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저는 가족사진이 저의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저의 평생의 보물은 가족사진입니다.
(지○의 일기)
< 내 동생 지나 >
우리 가족은 모두 6명이에요. 부모님이 계시고 여동생이 2명 있어요. 식구들이 모두 베트남에 계셔요. 지금은 내가 결혼을 했고 가족을 떠나 외국에 와서 생활하니까 언제나 가족 생각이 나요.
여동생이 두 명 있잖아요. 그런데 가장 생각이 나는 것은 두 번 째 동생이에요. 세 살 터울(‘터울’은 ‘삼년생’이라 하여 내가 고쳐 줌)이라 언제나 싸우면서 자랐어요. 옷을 같이 입었는데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아마도, 나이 차이가 적어서 싸운 것 같아요. 나보다 나이가 적어서 언제나 부모님 사랑을 독차지했어요. 나는 그런 동생이 부러워서 동생에게 양보하기 싫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참 바보 같았어요. 다시 이런 시절로 갈 수 있으면 지나에게 좋은 언니가 되고 싶어요.
나는 이 두 편의 일기를 읽으면서 가슴 속으로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움이 절로 묻어나게 썼거든요.
물 설고, 낯 설고, 물 설은 이국땅으로 시집와서 얼마나 힘들고 답답하고 외로울까요. 또 얼마나 부모형제가 그리울까요.
절절한 그리움을 실타래처럼 풀어 쓴 것을 보면 내가 이런 아줌마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다문화센터 한국어 수업이 끝나고 친구와 점심 먹으러 분식집에 갔습니다. 마악 먹으려 하는데 그 두 녀석도 점심을 먹으러 우리가 먹고 있는 분식집으로 불쑥 들어왔습니다. 한 녀석이 냉큼 우리 식탁에다 냉수를 따라 놓습니다. 우리가 다 먹고 나가려는데, 한 녀석이
“선생님, 식사비 내셨어요?”
“으응, 냈는데.”
“참, 다행이다.”
아마 자기가 내려고 했나 봅니다. 이젠 한국식 위트에도 익숙해져 가고 있나 봅니다. 진짜 한국인 되려면 한국인의 정서답게 생활하는 것이겠습니다.
레○○은 한국에 온지 1년 반쯤, 지○은 한국에 온지 6개월쯤 됩니다. 둘다 아직 아기가 없습니다.
나는 그 두 아줌마의 일기 끄트머리에다 오늘 아침 신문에서 메모한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주었습니다.
“Hope is the with feathers.”
(희망은 날개가 달려 있다)
그리고, “꿈은 가슴에 묻어둔 씨앗과 같다.”
참, 우리 반 학생은 다 베트남 댁입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반 이름을 ‘연꽃반’이라고 지었습니다. 연꽃은 베트남 국화(國花)입니다.
그리고 어제는 한 베트남 아줌마가 고구마를 쪄왔습니다. 오늘은 나이 제일 많은 맏언니가 포도를 씻어 왔습니다.
그저 그들이 어려운 가운데에서 희망의 날개 짓을 부지런히 하면서 꿈 씨앗이 잘 자랐으면 합니다. 그들은 낯선 이국땅에 좀더 나은 꿈을 꾸기 위해서 왔거든요.
○엔은 음식점 알바를 해서 베트남 부모님의 매달 생활비를 보태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한국은 외국인이 174만명, 인구의 3.4%를 점유하고 있답니다. 외국인 주민이 5% 이상이 넘는 다문화 도시가 전국에 12곳이나 됩니다. 공장지대가 많은 시흥이나 안산은 11%가 넘습니다.
그야말로 한국은 다문화·다국적 시대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이젠 어딜 가나 외국인 하나·둘 만나는 것은 보통이 되 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부 우월주의와 배달민족주의는 화합을 거슬릴 때가 있습니다. 이젠 한국도 단일민족에서 다민족 사회로 급속히 변모해 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한류(韓流)를 저들이 받아드리 듯이 저들의 문화 물결을 받아 드려야 합니다. 화엄경(華嚴經)에 보면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를 수 있다.” 라고 했습니다. 이젠 우리도 다민족 사회에 대한 포용력, 수용력을 키워야 하겠습니다.
무지개개 아름다운 이유는 투명광선이 프리즘을 거치면 ‘빨·주·노·초·파·남·보’ 라는 7가지 색이 어우러져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한국도 무지개 민족이 되 가고 있습니다. 마치 한복의 색동저고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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