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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스크랩] (진단)그리스의 교훈 - 빚으로 `풍요`를 살 수 없다

by 무지개세상 2015. 7. 22.

 

그리스가 깊은 수렁에 빠졌다. 그리스는 앞으로 3년간 820억∼86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가로 이전보다 혹독한 구조개혁 방안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지난 5일 국민투표 때 “반대표를 던져야 유리한 협상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의 기대는 산산 조각이 났다. 국민은 정말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현실에서 절망하고 있다.

유로존이 그리스에 요구한 조건은 혹독하다. 지난달 국제채권단이 제시한 방안보다 강도가 훨씬 높다. 500억유로 상당의 국유자산을 새로 만드는 독립 펀드로 옮기고, 이 자산을 팔거나 운용해 빚을 갚고, 은행 자본을 확충하도록 했다.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유럽연합(EU) 모범 규준에 맞추고, 대량해고를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것도 요구했다. 그리스 의회가 4개 개혁법안을 15일까지, 2개 법안은 22일까지 입법화를 끝내지 않으면 협상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 사태에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빚에 기댄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정치권은 입만 열면 표률리즘적인 '복지노래'를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빚인 국가부채와 가계부채 문제를 더이상 방치해 둬선 안 되며, 무분별한 공공부문 확대도 막아야 한다. 무엇보다 재원 조달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그리스 역대 정권에서 선거 승리를 위해 내놓은 각종 정책이 오늘 그리스를 수렁에 빠뜨린 주범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국가 리더십이 미래의 국민 행복을 위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훗날 불행해 지는 것은 국민뿐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위기에 빠진 국가에 대해 주변 국가들은 이해와 동정 대신 모욕을 주고 심지어 경제주권까지 빼앗아 버린다.

 

모든 국민이 왕의 노예이거나 신하였던 고대 시대에 유일하게 자유를 갖고 있었던 그리스인. 그 자부심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그리스가 지금 독일 등 채권국들의 사실상 노예 신세로 전락해 버린 상황을 먼 남의 나라 일로만 보아 넘겨선 안 될 것이다. 그리스는 2010년 1차 구제금융을 받은 뒤에도 임금 삭감과 연금 축소에 반대해 경찰이 시위를 하고 판사는 재판을 거부했다. 국민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구제금융을 받아 복지재원으로 쓰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국가채무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말 570억달러에서 2017년 말에는 659억달러로 불어난다고 한다. 세계적인 불황에 메르스 여파, 중국경제 충격까지 겹치면서 빚이 불어나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이런 마당에 복지 포퓰리즘만 외쳐서 될 일이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달콤한 복지 사탕발림과 부패에 빠져 결국 망국의 길로 들어선 그리스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빚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없다.

 

최택만 대한언론인회 논설위원

 

출처 : 서울상대1.7동기회
글쓴이 : 최택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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