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결심(決心)
Books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지음 / 공경희 옮김
“청춘은 청춘들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
“청춘은 청춘들에게 주기엔 너무 아깝다.”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말했다. 그 같은 늙은이나 할 법한 말이지만, 불행하게도, 이 말은 전적으로 진실(眞實)이다.
여드름투성이에 세상만사(世上萬事)를 아는 것처럼 행세했었던 나를 지금 만난다면 꼭 이렇게 말할 것이다. “진지한 척 그만하고 그냥 마음껏 즐겨.”
칙칙한 사춘기 소년의 전형(典型) 같았던 16세, ‘호밀밭의 파수꾼’을 처음 읽었다. 그때는 주변 모든 이가 ‘짝퉁(Phonyㆍ책에 나온 은어)’ 같은 인간이고, 나를 속박하고 있는 서구 자본주의가 일종의 사기라고 생각했었다.
지금도 영국(英國)엔 나 같은 칙칙한 10대들이 수백(數百)만 명쯤 있을 것이다.(물론 한국(韓國)에도).
그중 누군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는다면 16세의 나와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내가 홀든 콜필드(이 책의 주인공이다)야. 이 소설은 바로 내 이야기야.” 사실 이 책은 냉정하고 내냉혹한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法)에 관한 소설이다.
로봇 같은 인간들로 가득 찬 것 같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인간적인 무언가를 지키려고 애쓰면서도, 외부(外部)의 세상을 인정(認定)하고 타협(妥協)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그는 고등학교(高等學校)에서 막 퇴학(退學) 당한 뒤 삶의 의미(意味)를 찾아 뉴욕 밤거리를 헤맨다. 조지 버나드 쇼의 말이 시사하듯, 인생의 가장 큰 역설(逆說)중 하나는 강렬한 성적 에너지로 가득한 청춘이 정작 그 에너지를 어떻게 발산(發散)해야 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남자는 그런 에너지가 사라진 뒤에야 여성들과 제대로 관계 맺는 법을 배우게 된다. 홀든 콜필드 역시 그랬다. 그의 구애(求愛)는 너무나 서투르다. 하지만 16세 때 나도 그랬다.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니, 그 시절 연애에 족족 실패(失敗)한 원인(原因)을 알 것 같았다.
누가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위에서 말했듯 16세짜리 소년들에게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세상에 자신 같은 이가 혼자가 아니란 걸 알게 될 것이다. 16세 소녀들이 읽어도 좋다. 또래 남자들이 왜 그렇게 염세적인 ‘밥맛’들인지 알 수 있겠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착하고 말 잘 듣던 이쁜 내 아이가 갑자기 분노(忿怒)와 경멸(輕蔑)로 가득차 고함을 치는 이유(理由)를 이해(理解)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새해를 맞아 작년(昨年)을 정리(整理)하고 앞으로 미래(未來)를 위한 결심(決心)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집어 들어봤으면 한다.
이 책은 그런 용도로 딱이다.
과거(過去)의 잘못은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인정(認定)하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귀신(鬼神)인 양 자신의 기억(記憶)에서 내쫓아야 할 것이 아니다.
잘못은 귀중(貴中)한 것이다. 잘못은 당신을 당신답게 해주는 것들이다.
과거(過去)의 잘못을 인정(認定)하고 받아들이는데 실패(失敗)한 사람은 현재(現在)의 자신(自身)을 인정(認定)하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그게 홀든 콜필드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그러므로, 그저 “청춘(靑春)은 청춘(靑春)들에 주기엔 너무 아깝다”고 말하는 것만으론 모자라다. 인생(人生)이란 때로는 낭비(浪費) 그 자체이기도 하다.
2016년엔, 우리 모두 작년(昨年)에 우리가 저지른 모든 잘못에 대해 조금은 더 너그러워질 필요(必要)가 있겠다.
말하자면, 좀 덜 진지해지고 좀 더 마음껏 삶을 즐기자는 말이다.
조선일보 2016년 1/2일자 -팀 알퍼 칼럼니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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