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20151103)
< 물도 보수, 진보가 있는가? >
- 文霞 鄭永仁 -
바야흐로 한국도 물들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물은 모든 생명과 사물, 에너지의 원천임은 누구나 다 안다. 또 물은 모든 문명의 젖줄이다. 모든 문명은 강을 끼고 형성되었고 발전했으며 퇴화, 멸망하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반드시 물이 존재한다. 마야 문명의 멸망은 결국 물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성군(聖君)이 되는 지름길은 치산치수(治山治水)에 있다고 했다.
기후이상은 세계 도처에 사막화 현상을 부츠기고 있다. 이즈음 우리가 직접 영향을 받는 황사현상도 중국 북부와 몽골의 건조화, 사막화 현상 때문이다. 마야 문명의 몰락이나 이스라엘과 주변국가와의 지루한 싸움은 종교적인 측면도 있지만 생명이 걸린 물줄기 확보의 싸움이다. 미국의 어느 도시는 물이 부족하여 바닷물을 담수화하여 물 확보에 나섰다.
지구상의 물 비율은 70%이고, 우리 몸의 물의 구성비도 70% 정도이니 생명의 근간은 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한국도 불원간 물 부족국가군에 속한다는 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한국은 자원이 좀 부족해도 사계절과 밝은 하늘, 맑은 물을 가진 천혜(天惠)의 국가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어디 서도 그냥 마셔도 되는 금수강산이었다.
그간 정말 물을 물 쓰듯이 했다. 목욕탕에 가면 펑펑 물들의 천국임을 실감하게 된다. 유럽의 많은 나라는 자연수를 그대로 먹지 못한다. 석회가 많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에 여행을 가면 으레 생수를 음식점에서도 사 먹어야 한다. 우리는 물값을 내고 먹은 음식점이 어디 있을까?
천혜의 물자원을 가졌던 나라가 어느 새, 수돗물도 믿지 못하여 정수기로 걸러내고 생수값이 치솟는다. 이게 바로 서서히 물들의 전쟁의 시작이다. 이젠 먹는 물에 이어 농업용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극심한 가뭄은 일부 지방에서는 제한 급수가 시작되고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 내놓고 있다. 특히 극심한 가뭄은 충남지방을 강타하고 있다. 생명의 젖줄이 마르기 시작한 것이다. 하기야 한 통의 먹을 물을 얻기 위해 수십 리를 오가야 하는 아프리카 가뭄도 있다. 식수로 흙탕물을 마셔야 하는 곳도 한두 곳이 아니다.
결국 치산치수, 물 부족에 대처하지 못한 물의 재앙이 시작되고 있다.그런데 그리도 말썽도 많고 탈도 많다는, 지금까지도 4대강 근처는 물이 여유롭다고 한다.
당장 목줄이 타는 충청도는 4대강 물을 끌어다 쓰겠다고 한다. 4대강 개발을 그렇게 반대했던 인사들은 궁색한 변명을 한다. 가물어서 그러 것이지 4대강 개발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냥 솔직하게 “물 좀 주슈!” 하면 될 것을 말이다.
그러니 물을 가지고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이건 우리나라 역사적인 정치사의 고질적인 병폐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그러니 물에도 진보와 보수가 있나 보다. 충정남도 지사는 당장에 발등에 불 떨어지니 4대강 물을 달라면서 가물어서 그렇지 4대강 유역 개발 반대에는 변함이 없다는 궁색한 꼬리표를 붙인다. 좀 떳떳하지 못하다. 솔직히 공칠과삼(功七過三)을 인정하면 국민은 대기(大器)라고 할 것 이다.
옛 정치나 현재의 정치사에서 치욕적인 결점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다. 조선 선조 때 일본에 보낸 동인과 서인의 사신이, 그래서 결국 임진왜란을 대처 못하는 커다란 우를 범한다. 그런 반대를 위한 반대 정치는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국가발전의 커다란 암초와 그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면서 진보 진영에서는 보령댐 물은 1급수이고 금강보 물은 2급수라고 참으로 너절하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당장 사람의 목과 논밭의 목이 타들어 가는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지 않고, 물도 진보 물, 보수 물을 따지는 격이니 참으로 알다가 모를 일이다. 하늘은 이들을 덜 혼내고 있다. 참으로 물맹 같은 소리다. 물도 바위를 만나면 갈라져 다시 합친다. 보수든 진보든 국익 앞에서는 물처럼 합쳐야 하는 것이 아닌지….
화엄경에 이런 말이 있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그런 것들이 정론(政論)이 아니고 그저 정쟁(政爭)이니, 진보와 보수의 똥고집을 언제까지 부릴 것인지…. 서민들 또한 무조건 보수 꼴통, 진보 핏대가 되어 도맷금으로 넘어가는 것도 꼴불견이다.
우리는 보수에게도 배울 것이 있고, 진보에게서도 배울 것이 있을 것이다. 그저 지레 짐작으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이 아닌지….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의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데 있다.” 라고 했고, 미국의 철학자 산티아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겐 과거는 반복된다.” 라고 했다. 임진왜란을 통철히 반성한 유성룡의 「징비록(懲毖錄)」은 일본인들이 더 통철하게 받아들였다는 그들의 태도에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 하는가.
열강의 파고(波高)는 점점 높아만 가는데, 자국(自國)의 역사 하나 바로 세우지 못하고 티격태격만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고 한심하다. 그러고서 오천년의 역사를 지녔다고 자랑할 수 있겠는가?
이젠 서로 잘잘못을 인정할 건 인정하자! 중국인들도 마오쩌뚱의 업적을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