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 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 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 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정지용 시인의 생가 앞에 세워진 시비
향수를 읊조릴때마다 입술 사이로 튀어 나오는 아련한 그리움에 가슴이 먹먹하다
소박했던 안방의 모습
모름지기 시인은 청빈함속에 빛나는 예술을 만들어내는가 보다
당대를 빛냈던 잡지들...
모더니즘을 꽃피웠던 당대의 시인들...
문학으로 구원받으려 했던 그들의 치열한 열정은
지금도 우리들의 가슴을 불붙게 만든다
♬향수(정지용 시)-색소폰 연주♬
출처 : 한국가톨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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