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수필) 말초세대 / 문하 정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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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5년 9월 13일 일요일, 14시 39분 31초 +0900
제목: (수필) < 말초세대(末初世代) > / 문하 정영인
(수필 2015-09-06)
< 말초세대(末初世代) >
- 文霞 鄭永仁 -
이즈음 60세~80세쯤 된 우리 세대를 말초세대(末初世代)라 부른다. 말초세대란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며, 자식에게 효도를 못 받는 첫 세대라는 것이다.
그런 것을 반영하듯 우리나라도 중국처럼 효도를 법으로 강제해야 하는 세태가 되었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는 말은 함부로 말할 처지가 못 되었다.
우리나라도 상속을 받은 자식들이 제대로 모시지 않자 넘겨준 재산을 돌려받아야겠다는 소송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돈이 웬수이겠지만 죽을 때까지 돈을 쥐고 있어야 한다는 항간의 말들이 허투루 하는 말들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젠 형제지간은 물론 부모와 자식 간에도 재산 때문에 피를 튀기는 쩐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소송까지 가면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고, 결국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끊어지게 된다. 이젠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지만 돈이 피보다 진해지는 세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무자식 상팔자’ 라는 우리네 속담이 실감나는 속담으로 등장을 한다.
‘효(孝)’는 동양사회의 미덕이라고 한다. 그런 동양사회에서는 늙은 부모를 자식이 모시는 것을 당연시하였지만, 지금은 필요한 일로 되었고 효의 개념도 많이 변하고 있다. 돈이 있으면 효도 받고, 돈이 없으면 버려지는 세태로 급변하고 있다. 심지어 결혼의 조건 중에 시댁 부모의 재력이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하기야 선진 미국사회도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빈번하다고 하니 어느 나라를 탓하랴!
하기야 결혼 후, 집 한 칸 마련하는 데는 부모의 존재가 재산에 의해 대접 받는 디지털 사회로 변모를 거듭하고 있다.
육남매의 넷째인 나는 교사 발령 받으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당연성도 있고 필요성도 있기 때문에. 꽤 오래 모셨지만 나중에는 고부간의 갈등 때문에 분가했다.
주례를 섰다. 주례 수락의 조건을 양가 부모에게 단돈 5만원이라도 다달이 용돈을 드리는 것이었다. 나는 딸에게도 결혼하기 전부터 당당히 용돈을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 애에게는 학비도 제대로 대주지 않았고, 결혼자금도 한푼도 대주지 못했다. 다 자기가 벌어서 갔고, 용돈도 매달 또바기 받아썼다. 아들에게는 대주기만 했더니 결국 복잡한 길을 가게 되었다.
이젠 자식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독립도 더욱 중요하다. 사랑의 일생 중 가장 자유로운 때는 퇴직 후, 자녀도 다 내보내고 두 부부만 있을 때가 아닌가 한다.
이젠 부모 자식 간에도 윈-윈 게임이다. 결국 자식도 타인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가끔 딸에게 용돈을 받는다. 나는 외손녀를 주1회 공부 도우미를 해준다. 또 딸이 점심을 몇 번 사면 나도 한번쯤은 산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효를 법으로 정하고, 인성도 법으로 정하는 과연 법치국가답다.
불경에 이런 말이 있다.
“자식에게는 두 종류의 자식이 있다. 전생(前生)에 업(業)이 있어 빚을 받으러 온 자식이 있고, 빚을 갚으러 온 자식이 있다.”
나는 빚을 갚으러 온 자식이 1명, 받으러 온 자식이 1명이 있으니 더하기, 빼기하면 제로인 셈이다.
우리 말초세대(末初世代)는 그 어려웠던 시절, 부모가 잘 못 먹여주었어도, 잘 못 입혀주었어도 공부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했어도 부모에게 감사를 한다. 적어도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었으니깐…….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효(孝)의 근본은 ‘감사하는 마음, 고마워하는 마음’ 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이젠 자식도 고마워하게, 필요하게 키워야 한다. 당연하다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이 아닐까?
이번 참에 부모님이 계신 산자락에 가 보아야 하겠다. 효에 대한 생각을 보고도 할겸……. 그 부모님 옆에는 살아 생전 부모님의 속을 그렇게 오랫동안 썩히고 애타게 하던 큰형님도 누워 있다. 거기서도 혼내시고 계실까, 큰형을…….
임진왜란 때, 항왜장(降倭將)이었던 김충선(가토 기요마사 加籐淸正)은 조선 백성들이 왜군을 피해 늙으신 부모를 업고 뛰는 것을 보고 항왜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던 우리는 곳곳에 부모를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외국에다 버리고, 자식이 법정에서 아버지 이름을 부르니, 이게 왜장 김충선이 본 조선의 민족이었던가?
이젠 이런 세태가 되었다.
아버지 : “법대로 하겠다.”
아들 : “법대로 하세요.”
Jung young-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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