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수필) 내 인생의 유효 기간 / 문하 정영인
(수필) 2015-05-19
< 내 인생의 유효 기간 >
- 文霞 鄭永仁 -
내 인생의 유효 기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통계학적으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1세쯤, 건강수명이 71세, 그러면 골골수명이 10년쯤 된다. 아마 제 정신대로 살아야 내 인생의 유효기간이 10년 이내라는 셈법이 나온다. 100세를 내다본다지만 그건 다 희망사항이다. 85세를 산다고 치더라도 골골거리거나 요양원에 한 5년 누워있으면 그래도 유효기간이 10년쯤 되는 것 같다. 강산이 한 번 변할 세월이다.
모형배를 만드는 장애인 시계수리공 서우하씨는 이렇게 말한다.
“내게 이런 삶을 주어진 것도 어떤 뜻이 있을 거예요.”
그는 방바닥에 밥그릇을 놓고 엎드려 먹으며, 이제껏 바다도 배도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는 장애인이다.
나는 이제껏 내 삶의 어떤 뜻을 생각하여 본적이 별로 없다. 그러나 모든 만물(萬物)은 어떤 의미 없이 존재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하찮은 풀한 포기, 시시한 돌 한 개, 날아가는 작은 새 한 마리, 스쳐지나가는 바람 한 점, 풀잎에 맺힌 이슬 한 방울도 다 존재의 의미를 갖고 있을 것이다.
하물며 영혼(靈魂)을 가진 인간은 말해서 무엇하랴? 사람의 몸은 60조의 세포를 갖고 있고, 그 몸속에 100조의 미생물과 함께 산다고 한다. 그래도 미생물 하나에도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하찮은 푸른곰팡이도 페니실린이 되어 숱한 인간의 생명을 구했듯이……. 누룩곰팡이는 메주를 분해하여 사람에게 유용한 된장을 만들어 준다. 성인(聖人)은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 100조가 넘는 눈에도 보이지 않고 현미경으로 보이야 보일까 말까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인 메르스(MERS)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그 서우하씨는 “똑바로 살면서 그 의미를 찾고 싶다.” 라고 했다.
조선조의 태종 이방원은 “이런들 어떠리 저런들 어떠리~” 했으나,
고려조 정몽주는 “이 몸이 죽고 죽어~” 라고 자기의 존재 의미를 다르게 말하고 있다. 그 의미가 어떤 사람에게는 득(得)이 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삶의 의미가 다 다르니깐.
사실, 나도 여명(餘命) 얼마 남지 않았다. 평균수명 80을 잡으면 7/8의 세월이 지나고 1/8쯤 남았다. 좀 인심 쓰 면 2/9쯤 남은 셈이다. 그렇다고 내 인생의 유효기간을 자신 있게 가늠할 수 어렵다. 내일의 명(命)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생명을 가진 것은 더욱 그렇다.
모든 만물은 존재의 의미를 지니고, 동시에 존재의 가치를 갖고 태어난다. 하찮은 바닷속의 자그만 자갈 하나도 진주조개 속의 진주가 될 수도 있고, 그 돌에 의한 극심한 고통 속에 진주가 탄생한다.
스쳐가는 바람 한 점도, 흘러가는 구름 한 덩이도, 거미줄에 맺힌 한 방울의 이슬, 틈새에 핀 꽃도 다 존재의 의미가 있고 존재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똑바른 인생이란 그 존재의 의미나 존재의 가치를 알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그는 꼼짝 못하고 배 한 번 구경해보지도 못했지만 똑바로 살면서 정성을 다해 모형 함정 한 척을 만들려면 수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화안시(和顔施)로 보시(報施)하면서…….
나는 내 인생의 유효기간에 무엇을 똑바로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