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수필

[스크랩] 고독 / 조경희

무지개세상 2015. 2. 20. 20:09
 
 
 

 

고독 / 조경희


고독을 좋아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고독

을 싫어한다. 고독이 접근하는 것을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우리들은 이 고독으로부터 벗어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마음대로는 되지 않는다.

고독하다는 말을 어린이들은 쓰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 가는 상황을 이야기할 때 글의 제목처럼
고독을 말한다. 정다운 부부가 함께 살다가 어느 한쪽이 먼
저 세상을 떠났을 때 남는 사람이 치러야 하는 삶의 처지
를 말할 것이다. 말벗과 생활의 반려자를 잃었을 때 먹구
름처럼 엄습해 오는 외로운 상황을 말한다. 그러나 고독이
란 서로 떨어졌을 때만 오는 것이 아니고, 두 사람이 행복
하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뜻과 생각이 다른 외딴 섬들
처럼 적막하기 마련이다.
고독이란 이렇게 눈으로 보고 알 수 있는 점과 표면상으
로는 명랑하고 아무 근심 걱정이 없어 보이지만 남몰래 비
밀처럼 고독한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다.
특히 희노애락의 표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동양인들은 고
독한 삶에 대해서도 남이 알게 모르게 지낸다.
고독을 달래는 방법에 있어서도 여자들은 소극적이고, 남
자들은 적극성을 띤다 할 수 있다. 남자들이 술자리를 찾
는 것도 고독의 무마 작전인지 모르겠다. 여자들이란 주어
진 고독한 삶을 참는 것으로 일생을 보낸다. 오랜 인습에
얽매어 사는 여자의 일생이란 문자 그대로 고독한 생애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독하다는 말을 구사하는 자체가
사치스런 표현이다.
울음을 터뜨리듯 고독을 터뜨리지 못한 여인의 영혼을
따뜻한 손길로 쓰다듬어 마음의 평화를 갖게 해야 할 것
이다.
고독한 여인들은 사업도 남겼고, 일도 많이 했다.
고독을 외면한 여인들의 생활이 남긴 것은
후회와 낭비뿐일 것이다.
예술 작품은 고독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오래 전에 파
리에 들렸을 때 몽파르나스 어느 아뜨리에를 찾아 갔을 때
다. 나는 그때 캔버스에 열심히 화필을 움직이는 화가를
보았는데 그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의 발소리가
나도 쳐다보지도 않고 화폭에만 붙어 있는 화가의 모습.
예술가가 고독하다는 것은 창작 과정에서도 느껴지는 일
이겠지만 그보다 그의 작품을 세상에서 몰라 줄 때 더욱
심할 듯하다. 작가나 시인이 죽어서 이름이 유명해지고 많
은 애독자를 갖게 되는 수가 많지만 죽기 전에 작품 한 편
세상에 발표하지 못해서 아무도 알아 주지 않을 때의 고독
한 심정이란 헤아리기가 어려을 것이다. 윤동주도 살아서
한 편의 시도 발표하지 못했고, 소월도 죽은 후에 얻은 영
광이었다. 예술가의 진가를 인정받지 못한 시절은 누구든
지 다 경험한 과정이겠지만, 진짜 고독하다는 것은 이런 시
절일 듯하다. 예술가뿐 아니라 과학자도 그렇고 정치가도
그렇고 보다 나은 차원을 위해서,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창
조하기 위해서 고독은 숙명적이다.
베이컨은 긔의 「우정」이란 글 속에서 말을 털어 놓는다
는 것은 무늬 있는 페르시아 비단을 펼치는 것 같다고 하
였다.
이 말은 고독의 치유법을 뜻하는 것이지만 인간은 다른
병을 아파하는 것처럼 고독을 견더기 어려워한다.
흔히 대중 속의 고독을 말한다. 그것은 도시의 고독하고
도 통한다. 도시의 풍경은 오히려 고독하고 산과 산의 골
라기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시골 풍경은 온기가 도는 것
같은 느낌이다.
친구도 많아서 좋을 것이 없다. 다정한 사람 한둘이면
충분하다.
아침부터 들려오는 전화의 벨도, 길가에 나가면 서로 인
사를 주고 받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바쁜 전화 소리도 직
업과 관련이 끊어지면 차츰 줄어들 것은 사실이고, 서로
알고 지내는 분들도 세상을 떠나거나 병약으로 만날 수가
없게 된다.
내 마음을 옳겨다 심은 것 같은 친구를 처음부터 만나기
는 힘들다. 자기 몸 이상으로 생각하고 아끼고, 가꿔야 좋
은 친구를 사귈 수 있다.
사제에게 고해 성사를 드리듯 괴곱고, 때로는 억울한 심
정을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는 절대 필요하다.
체흡의 「사랑스런 여인」이나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
같은 여인들은 좋은 벗을 갖지 못한 여인들이었다.
극심한 고독은 색은 동아줄도 금동아줄로 현혹시켜 엉뚱
한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우리가 살아 가는 길이란 외로
운 나그네의 삶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일을 완전
히 잊어버린 듯이 살고 있는 연기자들이다.
무서운 고독은 죽음보다 더 아픈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 와서 무엇인가 남기고 가는 분들은
죽음보다 더 아픈 고독을 이긴 분들이 아닐까.

 

 

 
 
출처 : 한국가톨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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